(이 글은 2013년 9월 경에 쓴 글입니다.)
대구는 참 먹을 게 없다.
같은 경상도지만 통영의 ‘다찌집’이나 마산의 ‘통술’같은 고유의 음식문화가 없다.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이 찾아오면 나름 신경 쓴다고 대구의 명물 ‘납작만두’ 같은 걸 사주기도 했지만 ‘뭘 이딴 걸로 배를 불려서 돈을 아끼려 하냐?’는 식의 눈총 받기를 몇 번 하다가 결국 회나 한우, 비위 좋은 친구는 막창 정도의 음식으로 타협 보기를 수차례….
하지만 멀리서 찾아왔는데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그저 그런 음식을 먹이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곡기를 끊겠다는 각오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외지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는 곳이 있다.
대구의 명동이자 종로이자 신촌이자 압구정인 동성로 바로 맞은편에 있는 진골목.
‘긴 골목’의 경상도식 발음 ‘진골목’에 들어가면 꼬불꼬불한 옛날식 골목에 옛날식 건물들이 즐비해, 설사 음식에 실패해도 옛 정취는 느끼지 않았느냐고 큰 소리는 칠 수 있다.

골목을 걸어 들어가다 보면 진골목 식당을 만난다.

쩨쩨하게 고명용 고기를 한 올 한 올 결대로 찢어 올리거나 야채를 얌전하게 송송 썰어 넣거나 고춧가루 두 톨 더 넣으면 좀 맵지 않을까, 하는 게 아니고 고기도 풍덩, 야채도 풍덩, 고춧가루도 풍덩 화끈하게 끓여낸 육개장이 대표 메뉴이다.
특히 듬성듬성 성의 없이 썬 파가 듬뿍 들어가 거친 야생의 상쾌함을 아낌없이 맛볼 수 있다.

폭포수 같은 땀을 흘린 뒤에는 주변에 있는 미도다방에서 ‘계란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를 마셔주면 된다.

물론 이런 토속적인 코스가 마땅찮은 사람에게도 진골목은 대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1920년 종로의 어느 뒷골목 초밥집의 느낌을 갖고 싶다면 종로초밥에서 초밥이나 회, 오뎅탕에 정종 한 잔을 시켜 먹으면 된다.
단점은 대부분 어르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아니면 일본분식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신주쿠에서 시나면이나 메밀국수, 돈까스 정도를 가볍게 먹어주면 된다.

단점은 주방장 이모의 컨디션에 따라 안 되는 음식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도 싫다면 중국 음식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진골목 바로 옆이 이른바 화교 골목이다.
지금은 거의 명맥이 끊기긴 했지만. 복해반점이나 경미반점 같은 곳을 가면 왠지 20세기 초 중국에서 갓 건너와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지…. 아, 짬뽕이나 만들자.’ 이런 생각으로 끓여진 것 같은 하얀 국물의 짬뽕을 먹을 수 있다.

또 조금 더 걸어가면 영생덕에서 군만두도 후식으로 먹을 수 있다.

그것도 마음에 안 들면서 동시에 몸도 좀 허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진골목에서 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약전골목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서 한약재로 끓인 약전삼계탕이나 돈은 좀 들지만 개갈비(게갈비가 아님)를 흔치 않게 맛볼 수 있는 청도식당의 문을 노크하면 만사 해결이다.

그러나 굳이 ‘개’가 아닌 ‘게’를 먹고 싶다면 약전 골목에서 현대백화점으로 가는 조그마한 골목길 안에 있는 원조국수에서 게 칼국수를 먹으면 된다.

단 이 집은 피크 타임에 가면 최소 한 시간은 줄을 서야 하니 11시 반 전에 가거나 아예 1시 반 이후에 가는 것이 좋다.
이 모든 것들은 특정 음식 하나를 제외하고는 5천 원~1만 원, 계란 동동 쌍화차는 3천 원 정도.
이도 저도 모두 싫다면 현대백화점 지하 1층 푸드 코트에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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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처음 달린 댓글임 ㅋㅋㅋ
최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