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고 잠을 청할 때 뭔가 아련하고 좋았거나 했어야 했던 일을 잊었던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의 경우 대부분은 음식과 관련된 것인데, 어떤 음식은 한 달에 한 번, 어떤 음식은 석 달에 한 번, 어떤 애들은 일 년에 한 번 안 먹어주면 그런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오늘의 음식점은 석 달에 한 번 정도 먹지 않으면 그런 밑 닦지 않았을 때의 느낌이 드는 부추볶음(부추잡채) 식당이다.

간판은 칼국수 집이지만 칼국수 메뉴보다는 일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메뉴가 대부분이다.

이 집의 대표메뉴인 부추볶음과 두부구이가 각 9천원, 된장찌개가 5천원으로 중국집의 비슷한 메뉴에 비하면 싸지만 한식 음식점에 비하면 그렇게 싼 집은 아니다.

우선 대표 중의 대표메뉴인 부추볶음.

내용물은 부추와 당면, 돼지고기에다가 간장과 다진고추 등이 들어간 아주 심플한 재료로 만들었다.

하지만 맛을 보면 약간 중국스러운 불맛이 살아있는 가운데 당면에 스민 간장의 짭짤달짝한 맛과 부추의 어른스러운 맛, 고기의 풍족한 맛의 조화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곳곳에 숨어있는 청양고추의 매콤한 맛의 폭격까지 어우러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부추볶음에 비벼먹는 용도의 고추가루와 간장으로 만든 농도 짙은 양념장도 같이 주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부추볶음 자체의 순결한 맛을 더 선호한다.

또 다른 대표메뉴는 두부구이.

두부 위에 계란지단 재료같은 토핑을 얹어 구워 주는데 두부의 담백한 맛에 토핑의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잘 조화되어 있다.

먹다보면 약간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같이 먹는 부추볶음이나 된장찌개가 좀 맵기 때문에 서로서로 보완해 주면서 맛의 합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집의 된장찌개는 된장찌개라기엔 농도가 뻑뻑하고 강된장이라기엔 농도가 좀 묽은 그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별 거 없어 보이는’ 재료로 매콤하게 끓여낸 이 친구를 나물과 공기밥에 끼얹어 쓱싹쓱싹 비비면 언제 한 그릇을 다 먹었나 화들짝 소스라친다.

먹다 남은 부추볶음 국물과 건데기를 조금 넣으면 맛에 기름칠을 하게 되고 두부구이를 얹어 먹으면 뛰는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 된다.

칼국수는 평이한 수준이고 김치찌개는 먹어보지 않았을 뿐더러 아무도 먹는 것을 보지 못했다.
주소: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670
전화번호:053-781-4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