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존재 그 자체로 슬픈 음식들이 있다.
칼국수나 수제비처럼 ‘상대적으로 풍족했던’ 밀가루로 가족들 배 채우기 위해 노력했던 어머니들의 고심의 흔적이 역력한 음식들 말이다.
걔들보다 더 슬픈 음식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꿩고기 등을 으깬 두부와 숙주, 호박 등 각종 야채와 버무린 뒤 얇게 민 만두피에 싸기..는 개뿔. 만두피 안에 성의 없이 달랑 당면 몇 조각을 넣어서 얇게 부쳐낸 납작만두가 될 것이다.
주전부리 구경하기 힘들던 어린시절, 학교 앞 뽑기에서 ‘꽝’ 걸리면 몇 점 얻어먹던 납작만두. 지금은 칼국수나 수제비 못지않은 추억의 맛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대구의 ‘명물’로 변신한 납작만두의 대표주자는 미성당 납작만두가 될 것이다.

가격대는 2,500원에서 3,000원 정도.

불맛 나게 잘 구워진 납작만두에 송송 썬 파를 얹어서 준다.

그럼 고춧가루 적당히 뿌리고 간장 적당히 뿌려서 먹어 주면

옛날의 그 맛이 난다.

미성당 납작만두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곳은 남문시장 근처에 있는 남문납짝만두.

미성당 만두가 좀 고소한 맛이라면 이곳의 만두는 다소 담백한 맛이다.

고춧가루와 간장을 ‘제조’해야 하는 미성당과는 달리 양념간장이 미리 만들어져 있다.

최근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부어서 먹느냐 그냥 찍어서 먹느냐는 논쟁으로 음식계가 내홍을 겪었던 가운데 납작만두계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간장을 끼얹어 먹느냐 떡볶이 국물을 부어 먹느냐의 논쟁이었는데, 어느 쪽이냐 하는 점은 이견이 있겠지만 ‘떡볶이 국물’ 납작만두의 절대강자가 중앙떡볶기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2.28 공원 옆을 지나가다 보면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의 주인공인데, 기름지고 고소하게 부쳐낸 납작만두를 매콤하고 달콤한 떡볶기 국물에 찍어먹고 묻혀먹고 발라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야만 한다.

좀 먹고 살만해져서 그런지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조금씩 ‘두꺼운 납작만두’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통통만두’라는 귀여운 이름의 만두는 조금 ‘통통한’ 납작만두에 잘게 썬 파와 양파를 듬뿍 올리고 새콤한 간장을 뿌려 기존 ‘미성당류’와의 차별성을 시도한다.

서문시장의 터줏대감 허둘순 할머니는 거의 기존 만두와 비슷한 두께로 만두속(그래봐야 당면이지만..)을 보강하고 ‘삼각만두’라는 이름을 붙이는 도발을 저지른다.

성의 없게 넓은 철판에 쌓아가며 굽고 양파간장에서는 희한하게 ‘미원’맛이 나지만 먹다보면 중독성에 노예가 되고 만다.

‘삼각만두’로까지 진행된 이 전투에서도 ‘떡볶이 국물파’가 순순히 물러나 있을 리가 없다.

“달고 나왔니?”라는 어떻게 보면 마초적인 음담패설을 연상시키는 문제의 고등학교, 달성고등학교 건너편 시장 안에 있는 달고 떡볶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옛날의 ‘야끼만두’를 연상시키는 만두의 질감에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 베이스의 칼칼한 떡볶이 국물을 얹은 문제작.

‘달고’ 학생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 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까지 무장해 주변에 유사한 시스템의 만두집 두세곳을 들어서게 만들었다.

순대나 삶은 계란과 같이 먹으면 영양까지 만점..은 개뿔. 맛있으니 먹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