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는 한동안 참 매혹적인 생선이었다.
온 몸에 독이 퍼져 있지만 너무나 뛰어난 그 맛을 잊지 못해 죽음을 각오하고 한 점 한 점 먹어야 하는 생선.
성과 죽음이 거울의 양면처럼 연관되어 있듯 맛과 죽음의 결합 역시 충분히 매혹적일 만하다.
또한 범접하기 어려운 그 가격대 때문에 그야말로 그림의 떡으로 남아있는 상황이었는데 대구에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복어불고기’라는 메뉴가 대중화되어 상대적으로 쉽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가끔씩 싼 대신 ‘납으로 절인 복어다시다맛 잡어’같은, 양은 많은데 뭔가 잡스럽고 질긴 듯한 복어의 맛에 실망하게 되는 적도 종종 있다.
오늘의 식당은 경산에서 시작해 대구 몇 군데까지 지점을 낸 복어 전문점이다.
가격대는 복어탕 8천원에 복어불고기 만 2천원부터로, 복어라는 생선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비교적 합리적이다.
복어불고기는 일인당 복어 3-4점 정도가 나오며 콩나물은 불에 오래 볶아서 그런지 좀 가늘다.
양이 좀 적은 대신 복어 자체의 맛은 굉장히 깨끗하면서 담백하고 산뜻하달까.. 질이 뛰어난 맛이다.
양념장도 기본적으로 맵지만 특유의 달짝한 감칠맛 같은 것이 숨어 있다.
복어 자체의 질이 좋다보니 지리(맑은 탕) 역시 굉장히 깔끔한 맛을 낸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속풀이에는 그만이다.
탕을 시키면 콩나물 무침도 내어 주는데 복어 불고기에서 보던 콩나물과는 달리 가늘지 않고 통통하다.
맵지 않게 간을 잘 맞춰서 무쳐 내서 밥, 탕과 같이 먹기에 적당하다.
복어불고기를 다 먹은 뒤 필수코스인 밥 볶기.
양념 자체가 맛있다보니 밥을 볶으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볶음밥 주변에 구워진 부드럽고 고소한 계란으로 매운 입을 달랠 수 있다.
원래 가게 옆에 새 건물을 지을 정도로 사람이 몰려 주말 식사시간대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주소 : 경산시 정평동 255-116
전화번호 : 053-815-9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