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묻은 행주로 시커먼 철판을 닦아내며 구워내던 납작만두나 몇년 동안 안 씻었는지 알 수 없는 넓은 냄비에서 며칠째 끓고 있는 떡볶이까지는 없어서 못 먹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시절에도 순대는 왠지 손이 안 가는 음식이었다.
껍데기가 ‘비닐’이라는 소문도 있었고 냄새나 맛이 좀 성인스럽달까 그래서 카레 먹을 때 당근 골라내고 먹듯이 대학생 시절 혹시나 시장판에서 이것저것 시켜서 소주 먹을 때도 순대는 최후의 선택지로 남겨뒀다.
직장생활을 한 이후에는 ‘비닐스럽지 않은’ 순대를 접할 기회가 몇번 있었지만 특유의 돼지스러운 냄새와 산뜻하지 못한 식감으로 여전히 그렇게 즐기는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멀리 전주까지 왔다면 전라도식 순대맛은 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한옥마을에서 멀지 않은, 콩나물 국밥으로 유명한 ‘현대옥’도 위치해 있는 남부시장 안의 ‘조점례 남문 피순대’를 찾았다.

순대국밥 6천원에 피순대(소) 만원.. 거대 프랜차이즈 식당같은 깔끔한 외양에 ‘수제’로 만든다는 점을 감안해도 ‘촌동네 시장’ 치고는 싼 편은 아닌 듯하다.

밑반찬은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은데 부추 겉절이가 비법 밑반찬인 듯하고 순대 양념장으로 특이하게 새우젓과 초장이 나온다.

‘비닐순대’와 달리 당면은 들어있지 않고 채소와 고기 등을 ‘많은 양의’ 돼지피에 버무려 돼지 창자에 아낌없이 밀어넣었다.
마치 초콜렛 무스처럼 피의 찐득함이 입 안을 가득 채우지만 당면이 들어가지 않아선지 피비린내나 입 안에서 겉도는 느낌은 나지 않는다.

너무 농밀한 느낌이어다보니 깻잎이나 부추 겉절이를 좀 곁들여야 부담감이 덜해진다.

장사가 너무 잘 되어서 그런지 종업원들이 불친절한 점이 최대의 단점이다.

너무 성인스러운 맛에 혀가 투정을 부린다면 조금 걸어 한옥마을을 가서(사실 분점은 전주 곳곳에 있지만) 풍년제과의 ‘우리밀 수제 초코파이’를 맛보면 된다.

그러고보니 얘도 ‘피순대’처럼 찐득하면서 농밀하고 축축하면서 촉촉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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