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맛집]’떡국이야 칼국수야?’ 태양칼국수

‘경상도식 칼국수’는 사실 좀 슬픈 음식이다.

다른 지역의 유명한 칼국수처럼 닭이니 바지락이니 화려한 재료로 끓이는게 아니고 마른멸치로 달랑 육수를 내고 푸성귀 조금 넣어서 끓인다.

방 한 구석에 자리잡고 밀가루 반죽을 넓게 밀어 면을 만들어야 하다보니 힘은 힘대로 들고 머리카락 위에는 하얀 밀가루가 쌓이기 마련이다.

'가난함의 상징' 칼국수. 사진은 칠성시장 보문칼국수
‘가난함의 상징’ 칼국수. 사진은 칠성시장 보문칼국수

맛이 좀 부족하다보니 ‘양념장 맛으로 먹는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로 어찌보면 ‘가난의 상징’으로까지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어느정도 먹기 살만해지면서 대부분 칼국수 전문점은 자연스럽게 수육을 같이 팔기 시작했고 이젠 칼국수에 보리밥 말아먹는 것을 ‘가난한 시절 회상하기 코스프레’ 정도로 여기게 되었다.

대구공고 네거리에서 남쪽으로 3-40m 간 뒤 파출소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나온다
대구공고 네거리에서 남쪽으로 3-40m 간 뒤 파출소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나온다

칼국수 맛도 다양하게 진화했는데 오늘의 칼국수는 ‘고기육수’를 기본 베이스로 했다고 추정되는 ‘태양칼국수’이다.

무난한 가격대의 메뉴. 암뽕(돼지자궁)을 파는 것이 특이하다
무난한 가격대의 메뉴. 암뽕(돼지자궁)을 파는 것이 특이하다

칼국수 5천5백원, 수육 만 8천원.. 암뽕(ㅠㅠ)을 파는 것이 특이하다.

칼국수 국물을 한 입 먹어보면 ‘어 이거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하는 생각이 든다.

뿌연 구깃국물 베이스의 태양칼국수
뿌연 고깃국물 베이스의 태양칼국수

뿌연 국물 위에 흩뿌려진 참치통조림같은 고기조각, 풀어헤쳐진 계란까지.. 고기국물 내서 걸죽하게 끓여낸 떡국맛이 연상된다.

태양칼국수의 면은 가는 우동의 식감을 낸다
태양칼국수의 면은 가는 우동의 식감을 낸다

면도 아마 직접 뽑거나 직접 주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반 칼국수면과는 달리 좀 둥글둥글한, 가는 우동면의 식감을 낸다.

국물이 걸죽하긴 하지만 면에 붙은 녹말이 흘러나온 걸죽함이 아니고 계란과 어우러진 국물 자체의 걸죽함 느낌이다.

적당히 아삭하고 적당히 양념이 된 콩나물
적당히 아삭하고 적당히 양념이 된 콩나물

밑반찬으로 콩나물 무침이 나오는데 짜지 않으면서 칼국수와 잘 어울리는 맛이다.

태양칼국수의 양념장은 그리 짜지 않아 많이 넣어도 괜찮지만 국수 자체가 양념이 되어 있어 적당히만 넣어도 된다
태양칼국수의 양념장은 그리 짜지 않아 많이 넣어도 괜찮지만 국수 자체가 양념이 되어 있어 적당히만 넣어도 된다

‘칼국수 맛을 좌우한다는’ 양념장으로는 파를 굵게 썰어 고춧가루, 간장과 버무린, 다소 농도가 옅은 양념장이 준비되어 있는데 칼국수 자체가 간이 되어 있어 먼저 칼국수를 먹어보고 양념장을 넣어야 한다.

태양칼국수의 수육은 다양한 양념장을 자랑한다
태양칼국수의 수육은 다양한 양념장을 자랑한다

이곳의 수육은 ‘고기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촉촉한 식감이 살아있다.

특히 일반 양념장에다가 ‘깨소금’ 양념장을 내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담백한 수육에 고소한 깨를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담백한 수육에 고소한 깨를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새우젓이나 양파간장에만 수육을 찍어먹다가 ‘깨소금 양념장’에 한번 맛을 들이면 그 독특한 맛을 잊지 못한다.

본점은 대구공고 네거리에 있는 가운데, 향촌동에 딸이 지점을 하나 냈다가 결혼 후 문을 닫았다고 한다.

또한 친척이 옛 KBS 근처에 지점을 하나 냈었는데 그곳의 초반 국물 농도는 본점에 비해 다소 옅어 젊은층이 먹기에는 오히려 낫다는 평도 있었지만 현재는 두 곳의 맛이 거의 비슷해졌다.

본점의 경우 평일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확률이 70% 가량 된다.

주소 : 대구시 동구 신암2동 484-7

전화번호 : 053-95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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