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나 마징가제트, 요술공주 밍키 같은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어느 시점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배신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애들이 다 한국어로 얘기하니’ 당연히 국산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다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말이다.
야구였나 축구였나 한일전 경기를 할 때 우리나라 응원팀에서 ‘마징가 제트’ 주제가를 자랑스럽게 불렀다는 웃지 못할 씁쓸한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마징가 제트는 주제가까지 일본 주제가를 ‘표절’했다고 한다)
일본 하면 ‘이를 가는’ 사람들도 별 생각없이 먹는 음식 중에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이 꽤 있다.
불고기나 김밥 원조 논쟁은 차치하고 붕어빵이나 국화빵은 물론, 서양에서 도입됐겠거니 하는 돈까스나 고로케, 인도에서 왔겠거니 하는 카레 등은 명백하게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이다.

나라가 얄미운 것은 얄미운 대로 두고 음식은 음식대로 즐기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일본 음식 먹으러 일본까지 가기엔 주머니 사정이 좀 그렇다면, 아예 노골적인 일본 음식을 한국에서 작정하고 즐겨보도록 하자.

일본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인 돈부리. 덮밥이라는 뜻으로 돈까스 덮밥은 가츠동, 쇠고기 덮밥은 규동, 장어 덮밥은 우나기동, 새우 덮밥은 에비동 등으로 불린다.(사실 종류는 무한대라고 볼 수 있다)

쇠고기 덮밥(규동)은 얇게 저민 쇠고기를 간장 베이스 양념에 조려서 자작하게 밥 위에 얹었다.

특이한 점은 토치(불)로 덮밥 위 토핑을 그슬러줘서 적당한 불맛을 준다는 것이다.

생강절임을 조금 얹으면 조금 느끼할까 조금 달짝할까 느낄 틈도 없다.

모듬튀김 덮밥(텐동)은 비주얼에 걸맞게 맛도 버라이어티하다.

파삭하게 튀겨진 튀김옷에 보들보들한 새우 속살의 앙상블. 촉촉하고 고소한 야채튀김의 어시스트까지. 적절한 소스가 뿌려진 밥과 함께 먹으면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모를 지경이다.

밥과 소스를 리필해주기 때문에 배는 충분히 부르지만 그래도 고로케를 빠트리면 좀 섭섭하긴 하다.

가격이 5천원으로 좀 비싸지 않은가 싶지만 각종 탄산음료를 무한대 공짜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여럿이 가면 시켜볼만하다.

특유의 파삭하고 담백한 맛이 나쁘지 않다.
현대백화점 지하 푸드코트가 조금 지겨워질 때쯤 한번 정도 방문해볼 만하다.
주소 : 대구시 중구 남성로 102-1
전화번호 : 053-291-6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