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그 당시는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다) 방학이면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가서 거랑(우리 시골에서는 개천을 ‘거랑’이라고 불렀다)에서 수영하고 잠자리나 나비 잡으면서 한 달을 꼬박 보냈었다.
그때 시골에서 먹었던 이상한 나물들은 집에서 먹던 것들과 이상하게 향이나 맛이 달랐는데 참 싫어했었던 기억이 난다.
도시에서 먹던 핫도그(지금같은 소시지 위주의 핫도그가 아니라 손톱만한 분홍색 소시지에 밀가루가 한 5cm 두께로 발라져 있고 설탕과 케첩을 뒤덮어서 먹는 핫도그) 먹고 싶다고 징징대면서 할머니를 곤혹스럽게 했던 기억도 난다.
가마솥에서 했던 쌀밥과 그 안에서 쪄냈던 계란찜까지.. 흔하고 싫어하기까지 했던 그 음식들이 지금은 유기농이니 자연식이니 하는 이름으로 사치스런 브런치 메뉴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특별한 날, 가끔씩 사치를 부리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100% 유기농 레스토랑을 소개하고자 한다.

올리브 오일에서 밀가루, 소금과 버터는 물론 주방세제와 냄비까지 ‘친환경’적인 것으로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평일 점심은 런치메뉴로 좀 싼 애들이 있지만 저녁 메뉴는 일반 레스토랑보다 2-3만원 비싸다고 보면 된다.

제일 먼저 나오는 빵.

독일산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발효까지 해서 그런지 먹기에 속도 편하다.

곁들여 나오는 올리브 오일 역시 유기농일텐데, 풋내랄까 방금 짠 듯한 풋풋한 식감이 있다.

이어 나오는 애피타이저도 공을 들인 흔적이 있다.

자두를 발사믹에 절인 뒤 치즈를 올리기도 하고 방울토마토는 올리브 오일에 절이기도 하고

제주도산 우유로 만든 생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곁들여 내기도 하고

크림수프는 유기농이라서 그런지(?) 찐득하거나 걸쭉한 면은 좀 부족하고 맑은 국에 가까운 식감이다.

샐러드는 평이한 맛이 나는 가운데 오븐에 구운 것으로 추정되는 아몬드가 쓴 맛 안 나고 고소하다.

메인 요리인 크림 파스타는 직접 만든 생면의 농밀한 맛에 부담 없는 크림소스, 한우와 버섯의 쫄깃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안심스테이크는 커다란 접시가 부끄럽게 달랑 시금치와 스테이크만 나온다.

통후추와 와인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소스와 고기의 궁합이 잘 맞으며

시금치 역시 달달한 맛이 나면서 고기와 조화스럽다.

피클은 평이한 수준.

블루베리 시럽을 뿌린 수제 요구르트는 예상된 정도의 맛이고

녹차케잌은 의외로 녹차가루를 따로 뿌려서 그런지 녹차의 맛이 진하다.

곁들여 나오는 커피는 주문과 동시에 갈아서 내린다고 하는데 내린지 좀 오래된 맛이 난다.

테이블 대부분이 독립적인 방으로 되어 있고 대구에서 흔치 않게 100% 유기농 레스토랑이라는 점이 장점이라면 비싼 가격과 (그 비싼 가격에 걸맞지 않은) 적은 양이 단점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주소 : 대구시 중구 대봉1동 130-5
전화번호 : 053-421-1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