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편의점의 삼각김밥으로 한 끼 때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5천원, 6천원 하는 편의점 음식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것 고르고 저것 고르고 하다보면 편의점에서 한 끼 먹는데 만원에 육박하는 참사도 생기기도 한다. 차라리 대구 한복판에서 6-7천원 정도에 고향의 할머니가 해 주시던 속 편한 한 끼 먹어볼 수 있는 곳이 오늘 소개할 전동 안빛고을이다.

이 집의 가장 일반적인 구성은 7천 원짜리 시래기와 코다리정식이다. 큼지막한 시래기 코다리찜이 나온다. 시래기 정식이 6천원이고 시래기-코다리 정식이 7천 원이니까 천 원 더 주고 이거 먹는 게 낫다. 적당이 매콤하면서 적당히 달달하면서 적당히 수수한 맛이다.

기본적인 구성의 시래기국은 한 마디로 말해서 건강에 좋은 맛이다. 뭔가 한약재같은 맛도 살짝 나면서 화학조미료 맛은 나지 않으면서 건강에 왠지 좋을 거 같은 흐뭇한 맛이 난다.

전반적인 밑반찬 구성도 괜찮다. 두부조림과 고추절임, 나물무침과 콩조림, 김치 등 가짓수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하나같이 간이 적절하다.

코다리조림이 그렇게 땡기지 않거나 고등어조림 먹어본 지 오래 됐다면 시래기-고등어조림 정식을 먹어도 괜찮다. 가격은 만원으로 좀 비싼 편이다. 맵고 윤기나는 일반적인 고등어조림과는 다르게 고등어 찌개에 가까운 조림요리이다.

사실 기본으로 나오는 애들만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혹시 시래기나 생선찜이 입맛에 맞지 않는 구성원이 있을 경우 왕만두를 시킬 수도 있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나쁘지 않은 질이다.

40대 중반 남성 “시래기국이 집에서 먹던 것처럼 딱 그 맛이고, 최근에 제가 먹어 본 시래기국 중에서 제일 맛있었습니다. 술 먹고 난 다음날 해장도 괜찮고, 짬뽕 먹고 싶은 날 대신해서 여기 와서 국물 먹어도 괜찮을 거 같아요. 저는 국물 좋아하는 편이라서.. 나머지 생선도 괜찮았습니다. 제가 40대 중반인데, 50대 분들도 괜찮을 거 같아요. 오히려 젊을 층들이.. 2-30대 층들이 좋아할 지 장담은 못하는데 일단 저는 괜찮았습니다”
20대 중반 남성 “일단 시래기도 그렇고 코다리도 그렇고 고등어도 그렇고 굉장히 건강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서 굉장히 기분 좋게 한 끼를 먹은 거 같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만두도 사이드로 시켰는데 만두도 5천원에 다섯개 나오는데 큰 만두가 나오더라고요. 양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만두도 괜찮았고.. 그렇습니다. 저는 이런 날에는.. 시래기국은 조금 술을 먹은 다음 날이라든지 그러면 괜찮을 거 같고, 한 끼 건강하게 먹고 싶은 날이 있으면 여기 찾아와서 먹으면 괜찮을 거 같아요”
50대 초반 남성 “이 집은 일단 맛을 논하기 전에 일단 너무 가격이 착해요. 맛이 있다 없다를 논하기 전에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음식을 시내 한 복판에서 먹을 수 있다는 거는 상당히 큰 장점이고, 시래기를 쉽게 우리가 먹을 수 없는데 모든 음식에 시래기가, 시래기국도 있고 시래기 조림에도 시래기가 들어가 있어서 몸에 좋은 시래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전체적으로 음식이 짜지가 않고 다 먹고 나도 짠 맛이 남는 간이 아니고, 간이 적당하고, 특히 고등어의 경우 조림이긴 한데 약간 물기가 있는, 짭짤한 조림 형태가 아니고 계속해서 먹어도 짜서 물리지 않는 그런 맛이고, 전체적으로 코다리조림도 그렇고 고등어 조림도 그렇고 밑반찬도 그렇고 가성비가 상당히 높고 굉장히 먹고 나서 계산하고 나와도 기분좋은 집. 모든 반찬이 간이 적당하고 양도 적당해. 반찬을 너무 많이 주는 집도 아니고, 먹을 것만 적당히 주는 집. 그래서 아주 기분 좋은 집입니다. 이거는 뭐 사실은 매일 먹어도 좋은데, 점심을 좀 든든히 먹고 싶은 사람, 점심 때도 괜찮고 날이 좀 흐린 날도 괜찮을 거 같고. 더운 날은 좀 비추고. 좀 선선한 날 먹으면 좋을 거 같아요. 연령대는 젊은 층보다는 30대 이상? 평소 집밥을 못 먹던 직장인들, 젊은이들 중에서도 평소에 밥을 못 챙겨먹는 친구들이 할머니가 만든 집밥을 먹고 싶을 때 와서 먹으면 참 좋을 거 같아요”
가는 길은 현대백화점에서 계산성당 방향, 그러니까 계산오거리 가기 직전에 주상복합건물이 있는 골목으로 5-60미터 정도만 들어오면 된다.

이 집은 사실 한말 영남권 최고의 서예가 중 하나로 꼽히는 박기돈의 고택이다. 지금 대구상공회의소인 대구상무소 초대 회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집 곳곳에 옛날 집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바로 옆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봉화막걸리를 파는 바보주막이 있는데, 그 집은 원래 시인 이상화의 형인 이상정 장군의 고택이다. 북만주에서 독립무장항쟁을 하셨던 분이고.. 그 골목에는 이상화와 서상돈의 고택이 있는 등 골목 자체가 근대문화유산이 가득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이 집을 처음 왔을 때가 2012년 3월이었는데, 간판은 바뀌었지만 내부는 거의 그대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시래기정식이 6천원, 시래기와 코다리정식이 7천원으로 7년이 지났지만 그대로이다. 다른 메뉴들도 그대로이거나 천원 정도 올랐고, 시래기 고등어조림은 7년 사이에 새로 추가된 듯하다.

30대 이후에겐 옛날 시골 할머니집 갔을 때 먹었던 맛을 되살려보는 기회로, 10-20대에게는 어차피 들일 돈에서 조금 더 써서 더부룩하지 않은 집밥 한번 먹어보는 기회로 삼기에 좋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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